.구미개인회생 인물에 가까이 접근하고, 그 사회적 의미를 발굴해 관객과 나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지존파 살인사건을 수사했던 형사, 수감생활을 관리했던 교도관, 종교활동을 도왔던 목사와 수녀 등을 차례로 인터뷰한 '논픽션 다이어리'는 자본주의의 물결에서 배제된 시골 출신 청년들이 '부자를 모두 죽이겠다'는 분노를 품게 된 사정을 조명하면서 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하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촬영 당시 정 감독은 두 인디밴드 멤버의 독특한 공연장을 여러 차례 찾아다녔는데, 그 덕에 훗날 '현대자동차 경영관'으로 탈바꿈한 고려대학교 폐건물이나 명동 3구역 재개발 철거로 궁지에 몰렸던 카페 마리에서의 희귀한 공연 장면이 영원히 기록될 수 있었다. 당대를 호령하던 자본과 권력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으려던 젊은 예술가들의 존재가 시공간의 차원을 넘어 일상의 평범한 관객에게 가 닿은 건 물론이다. 정 감독의 지난 작업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 건, 그가 지난 1일 법원으로부터 '건조물 침입' 혐의를 인정받아 벌금 200만 원 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정 감독은 서부지법 폭동 당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행적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함께 법원 내부에 함께 발을 들였는데, 그게 형사처벌의 사유가 된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다른 이들과 달리) 경찰에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 촬영만 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