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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선 위의 현대미술
글번호 28186 등록일 2026-01-14
등록자 박진주 조회수 36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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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집행유예 지난해 가을 파리 뤽상부르 미술관에서 열린 '술라주: 또 하나의 빛, 종이 위의 회화'전은 프랑스 현대회화의 거장 피에르 술라주의 종이 작품에 주목한 전시였다. 거장의 예술적 기원을 조명한 이 전시는 1950년대 동서양 미술 교류의 흔적은 물론, 이응노 예술과의 접점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을 시사했다. 1947년경부터 술라주는 호두껍질에서 추출한 흑갈색 염료인 '브루 드 누아(brou de noix)'를 사용해 종이 위에 검은 선을 자유롭게 그은 독특한 추상화를 창작했다. 그는 캔버스 유채가 아닌 종이의 거친 결에 스며들고 번지는 흑갈색 염료를 쓰면서 필획의 속도와 종이가 밀도 높게 접하는 순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거의 서예적이라고 볼 수 있는 그 검은 선들은 매우 '모던'하지만 동시에 동아시아의 먹향을 떠올리게 한다. 1950년대는 냉전의 긴장 속에서도 예술을 매개로 국제교류가 급격히 확장되던 시기였다. 술라주는 1958년 일본을 방문해 모리타 시류를 비롯한 전위서(前衛書) 작가들과 교류하며 서예와 회화의 미학적 접점과 간극을 두루 살펴보았다. 전위서는 문자의 예속에서 벗어나 서예를 현대 추상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려 한 전후 일본의 급진적 실험으로 문자를 지운 자리에 먹의 물성과 단 한 번뿐인 제스처의 일회성을 각인시켰다. 이들의 실험은 일본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럽 순회전 등을 통해 동시대 추상미술의 장으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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