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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으로는 감정을 몰아낼 수 없다
글번호 31837 등록일 2026-02-27
등록자 그레이몬 조회수 34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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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소송 불가능성 속의 가능성 찾기’라고도 할 수 있는 그러한 시도는, 이 글이 처음부터 터 잡은 이론적 시좌(視座)이기도 했다. 연재 첫 회는 “체화된 차별·혐오의 정서야말로 극우의 가장 거대한 에너지원”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연재 11회에서는, “이성과 합리성만으로 극우 현상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정서와 감정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감정을 분석의 중심에 놓되 해결 방안에서 이성적 목표를 향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모순으로 보이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고 적었다. 이는 단지 극우 현상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과학 연구에 해당된다. 인간의 인식 및 실천에서 감정·서사·당파성 등 이른바 ‘주관적’ 요소를 분리하기란 불가능하다. 감정·서사·당파성 ‘바깥’의 불편부당한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벽히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진리의 지평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진리가 주관적이라는 식으로 무한 상대주의의 악순환에 빠져들어서도 안 된다. 인간은 주관성의 한계를 비판하더라도 탈주관성이 아니라 주관성 속에서, 즉 ‘내재적으로’ 진리의 가능성 혹은 불가능성의 조건을 물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지극히 ‘좁은 회랑’으로 진입해야 한다. 요컨대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 잠정적이고 맥락적인 진리, 그리고 책임 있는 실천의 규준을 점진적으로 고안해갈 수밖에 없다. 다시 스피노자로 돌아가보자. 스피노자는 이성을 통해 감정을 몰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목숨만큼 사랑하던 연인과 이별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슬픔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는 그에게 ‘정신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조언해봤자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이다. 즉, 감정은 이성으로 극복될 수 없다. 스피노자는 그 이치를 이렇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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