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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화폐로서의 실체는 사라지지만
글번호 33113 등록일 2026-03-16
등록자 미역김 조회수 24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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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웨딩박람회 그 지폐가 거쳐 간 만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경제를 지탱했던 혈액이었고, 누군가의 꿈을 이루어준 조력자였으며, 또 다른 누군가의 슬픔을 위로했던 손길이었다. 소각로에서 재가 되어 사라지는 순간에도 지폐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자부심을 품고 있을 것이다. 마치 한 생을 성실히 살다 간 어른이 조용히 눈을 감듯이 말이다. 돈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단순히 아끼고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이 태어나기까지의 복잡한 공정을 기억하고, 건네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낡아버린 것들 속에 깃든 품위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이다. 결국 돈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삶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지갑을 열어본 적이 없다. 용돈은 앱으로 받고 과자는 QR코드로 산다. ‘손때 묻은 돈’을 만져본 기억이 없는 것이 편리함의 대가라면, 우리는 무엇을 잃은 것일까? 숫자 뒤로 온기가 사라져버린 이 시대, 오늘 내 손에 닿은 지폐 한 장의 무게를 다시 한번 느껴보자. 그 안에는 우리가 반드시 되찾아야 할 가장 오래된 감각과 삶의 가치가 오롯이 담겨 있다. 돈의 일생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인생이며, 그 끝에서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차가운 숫자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의 흔적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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