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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못 가는 노인들
글번호 35579 등록일 2026-04-21
등록자 다올상 조회수 19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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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촉물제작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 잡은 ‘동심어린이공원’. 영등포·구로구 일대의 공원들은 대부분 ‘어린이공원’이라는 문패를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놀이터 곁에 경로당과 운동기구까지 두루 갖춘 동네 주민들의 복합 쉼터에 가깝다. 이날 공원 한편에 마련된 배드민턴장에서는 아침부터 중국 동포들이 편을 나눠 제기차기(踢毽子·티젠쯔)에 한창이었다. 족구처럼 네트 너머로 제기를 차넘기는 경기다. 중국 지린성 판스시 출신으로 2007년 방문취업(H-2) 비자로 한국에 온 한윤석씨(66)도 이곳의 단골 멤버다. 막노동과 식당 일을 전전하다 2010년 영주권을 취득한 뒤 마사지사로 일했던 그는 은퇴 후 아침마다 공원으로 출근해 제기를 찬다. 지금이야 웃으며 땀을 흘리고 있지만, 이 평화로운 공간은 아슬아슬한 갈등과 중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애초 공터였던 이곳에 동포들이 아침마다 삼삼오오 모여 제기를 차자 “어린이공원에서 어른들이 웬 소란이냐”며 선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갈등이 커지자 보다 못한 지역 봉사단체 ‘사랑나눔’의 임명식 회장(63)이 중재에 나섰다. 한국인인 임 회장은 옌볜 출신의 여성과 가정을 꾸렸다. “하도 민원이 많아서 제가 소음측정기까지 들고나와 아침 소음을 직접 확인해 봤어요. 기준치를 한참 밑도는 생활소음 수준이었거든요. 우리가 같이 사는 이웃에게 이 정도 배려도 못 하나 싶더라고요. 마침 티젠쯔 경기장이 배드민턴 코트 규격과 비슷해요. 그래서 선주민과 구의회를 설득해 아침엔 동포들이 제기를 차고, 이후에는 선주민이 배드민턴을 칠 수 있도록 배드민턴장을 만들어달라고 했죠.” 그 결과, 아침에 동포들이 제기를 차고 공원 전체를 돌며 청소한 뒤 자리를 떠나면, 저녁 시간에는 선주민들이 나와 배드민턴을 치는 ‘공존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모든 공원이 동심어린이공원처럼 해피엔딩을 맞은 건 아니다. 여기서 도보로 20분 떨어진 구로동의 구로리어린이공원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동포 노인들이 모여 카드 게임(포커)을 하고 광장무를 춘다는 민원이 쏟아지자, 구청은 올해 1월 공원 문을 닫고 환경 개선 사업을 벌인 뒤 이용 시간을 오후 8시로 제한했다. 나아가 공원 출입을 ‘만 13세 이하 어린이와 보호자’로만 엄격히 제한하며 사실상 노인들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한씨가 “민원이 들어오는 것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선주민 민원만 듣고 너무 과한 처사를 내린 것 같아 서운하다”고 말했다. “사실 동포 중에 은퇴한 노인들은 갈 곳이 없어요. 지자체 예산으로 대한노인회가 관리하는 경로당들은 한국 국적자만 받아주거든요. 대림동에 동포 노인들이 그리 많은데 이들이 맘 편히 모일 곳은 개인이 만든 사설 경로당 단 한 곳뿐이에요. 그러니 갈 곳 없는 노인들이 공원에 모여 놀다가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며 결국 쫓겨나는 신세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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